정부 출범 직후부터 유화책 확대 전개北,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못 박고 비난방중 계기 비핵화 뭉개고 북중러 과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유화책이 지속되고 있지만, 북한은 한국을 철저히 외면한 채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시계제로 한반도 정세 속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복잡한 셈법과 마주했다. 북 기업파산절차 한은 중국·러시아라는 든든한 뒷배를 과시한 데 이어 비핵화 의제까지 뭉개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다자외교 무대에도 별다른 변수 없이 데뷔했는데 정상 국가 이미지를 부각했다는 평가다.

선제적 대북 유화책에도 철저히 배제당한 정부로서는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만 향후 북한의 적극적 외교 행보가 전망되는 점 전세보증금 반환 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정부가 오는 하반기 국내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일종의 모멘텀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李, 6월 취임 직후 관계 개선 조치…北, '개꿈' 원색적 비난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 6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결정했다. 북한 공제가능액 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해선 민간 단체에 살포 자제를 요청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회의도 개최했다. 7월 초중순에는 국가정보원이 52년 만에 대북 라디오·TV 방송까지 중단했다.
북한도 일부 호응하는 조치를 내놨지만 가시적이진 않았다. 대신 7월 28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한국과 마주 앉을 국민은행 자동차할부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의 선제적 유화책에도 첫 공식 반응을 '적대적 두 국가'로 유지한 셈이다.
이후 북한은 7월 29일 다시 김 부부장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다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강변을 내놨다. 한국의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미국과 직접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도였다. 정부는 8월 초 고정식 마곡 대북 확성기 철거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일부 조정 등 추가 유화책을 단행했지만, 북한은 그달 14일 이를 "허망한 개꿈"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입'으로 일컬어지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통해 7월 28일, 7월 29일, 8월 14일, 8월 20일 등 네 차례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놨다. 북한은 한국과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명확히 하고,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DB



이재명 대통령은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측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일체 적대행위 불추진 등 3대 핵심 대북 정책을 천명했다. 아울러 9·19 군사합의 복원까지 언급했다. 통일부도 이에 발맞춰 윤석열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을 폐기하고 한반도의 실질적 긴장 완화와 남북 신뢰 회복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8월 20일 김 부부장 메시지를 통해 이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상대가 될 수 없다"고 재차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역외교 무대에서 잡역조차 차례지지 않을 것"이라고 깎아내렸는데, 약 일주일 뒤인 8월 28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 열병식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中 전승절 참석해 북중러 연대 과시…'비핵화' 언급도 빼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 3일 톈안먼 망루에서 북중러 정상이 전승절 열병식을 바라보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집권 후 첫 다자외교 무대 데뷔이자 북한 지도자로서 김일성 주석 이후 45년 만의 다자 외교였다. 이후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러 정상회담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연달아 개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6년여 만에 시 주석과 마주 앉았는데, 이후 양국의 발표문에는 '비핵화' 표현이 언급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 간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북한은 전승절 참석 전후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개발을 언급하고 "핵전략 무력 중대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북한은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북중러 연대를 과시하고, 이를 계기로 가진 북중 정상회담 발표문에 '비핵화'를 제외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왼쪽부터) 푸틴 대통령, 시 주석,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개최된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 /베이징=AP. 뉴시스



이밖에 김 위원장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유엔(UN) 등 다자 플랫폼에서 계속 협력을 강화해 양측의 공동 및 근본적 이익을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도 밝혔다. 유엔 대북제재 해제를 위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례로 중국은 2022년 5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첫 거부권을 행사했다. 2024년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엔 기권 표를 던졌다. 후속 성격으로 출범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가 마주한 대북 정세가 복잡다단하게 흘러가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실마리 찾기도 힘겨워진 형국이다. 다만 북한이 중국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적극적인 대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로서는 북한과의 대화 시도를 구상할 기회의 장을 고려할 만하다는 평가다.
◆北 대외 정책 구상 주목…정부, APEC 계기로 운신 폭 넓히나
북한은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고위급 인사 파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고위 당국자가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다면 2018년 최선희 외무상 이후 7년 만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외무성 국장 협의회'라는 조직을 언급하며 "적수국들에 외교적으로 선제 대응하고 급변하는 지역 및 국제 지정학적 상황을 우리 국익에 유리하게 조종"하라는 김 위원장의 대외 정책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정부에 있어 또 다른 계기는 오는 10월 31일∼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참석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며 20여 개국 정상급 인사가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실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시험대라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특히 한미·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정부가 북한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북미 대화, 남북 관계 유연화, 북중러 연대 등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취지로 밝혔다. /국회=남윤호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김 위원장이 참석 조건으로 (중국 측에)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을 것을 강력히 요구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또 북중러 정상이 66년 만에 결집한 점 등과 관련해선 "상징적 측면에서 북한은 대단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 장관은 "전승절 행사 의미 중 하나는 제재 구멍이 넓어진 효과"라며 "이미 제재 시스템은 고장이 나 있지만 제재를 강화해서 비핵화로 가겠다고 했던 지난 20년 동안의 노력은 작동이 안 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북미 대화, 북남 관계 유연화로 나올지 아니면 북중러 연대방향으로 질주할지 면밀하게 관찰해봐야할 대목"이라며 "한국이 어떻게 활동하고 움직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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