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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야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묘 앞 초고층 개발'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김 총리가 10일 서울 종묘 앞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을 추진하는 오 시장을 향해 "근시안적 단견"이라고 공개 비판하자, 오 시장은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매도하는 왜곡된 정치 프레임"이라고 곧바로 반박하면서 김 총리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를 방문한 자리에서 "종묘 인근을 개발할 것인지는 국민적 토론을 거쳐야 하는 문제"라며 "서울시에서 일방적 MI(모기지보험)대출 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한 시기에 시정이 그렇게 마구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김건희 씨가 종묘를 마구 드나든 것 때문에 국민께서 모욕감을 느끼셨을 텐데, 지금 또 이 논란으로 국민 걱정이 크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다. 월차 핑계 그는 "종묘가 수난"이라며 "서울시 발상은 세계유산특별법이 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K관광 부흥에도 역행하는 근시안적 단견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는 종로변 101m, 청계천변 145m sc저축은행 로 기존 기준(55m·71.9m)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정부는 이 계획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조망권과 주변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정비지구가 종묘에서 180m 떨어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경계 100m) 밖이기 때문에 국가유산청과 협의가 불필요하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김 통신연체핸드폰 총리의 '오세훈 저격'은 서울시의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계획을 겨냥한 것이지만 내년 지방선거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 총리는 여권에서 서울시장 후보군에 포함돼 있고, 현재 다른 후보들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차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2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대전햇살론 18세 이상 남녀 8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진보·여권 후보 적합도에서 김 총리는 정원오 성동구청장(13%),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10%)에 이어 8%로 3위를 기록했다. 다만 1·2위 후보는 이미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보수·야권 후보 적합도에서는 오 시장이 23.9%로 1위였다.
김 총리는 최근 차출설에 대해 "그런 상황은 안 만들어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오 시장 정책에 우려를 표하며 다시 한번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김 총리는 이날 SNS에 "최근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여당인 민주당도 오 시장 때리기에 합류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칭 '오세훈 서울시장 시정 실패 및 개인 비리 검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단장을 맡는다. '한강버스' 등 정책 실패 논란과 '명태균 게이트' 등 오 시장 개인에 대한 검증 절차를 당 차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인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종묘 앞 초고층 빌딩 허용은 역사 파괴이자 서울의 품격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반면 오 시장은 이날 SNS에 "중앙정부가 나서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매도해 유감"이라며 "소통은 외면하고 (종묘를 가로막는 고층 빌딩숲이라는) 왜곡된 정치적 프레임을 만드는 게 중앙정부가 할 일은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수도 서울의 중심이라 할 종로가 현재 어떤 모습인지, 이대로 방치하는 것이 과연 종묘를 위한 일인지 냉정한 눈으로 봐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60년이 다 되도록 판잣집 지붕으로 뒤덮여 폐허처럼 방치된 세운상가 일대는 말 그대로 처참한 상황"이라며 "2023년에 세운상가 건물의 낡은 외벽이 무너져 지역 상인이 크게 다친 일도 있다"면서 정비사업 정당성을 피력했다.
그는 "세계인이 찾는 종묘 앞에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도시의 흉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라고 반문한 뒤 세운구역 개발사업이 종묘를 훼손할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 시장은 "녹지축 양 옆으로 종묘에서 멀어질수록 아주 낮은 건물부터 높은 건물까지 단계적으로 조성해 종묘와 멋지게 어우러지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서울의 중심인 종로 미관이 바뀌고 도시의 새로운 활력이 생기며 K컬처와 시너지 효과를 내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김 총리에게 서울 미래상을 놓고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국무총리와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며 "이른 시일 내 만나서 대화하자"고 말했다.
세운상가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2023년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이 '서울특별시 문화재보호조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본격화됐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인근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건축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이 대법원에 무효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6일 대법원은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이에 문체부·문화재청은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 서울시를 압박하고 있다.
[류영욱 기자 / 정석환 기자]